<초단편> 두 가지 소원

오랜만에 만난 김달수와 최영식이 시끄러운 술집에서 다정하게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어제 이상한 꿈 꿨어.”

김달수가 말했다.

“무슨 꿈?”

최영식이 물었다.


“갑자기 원숭이가 나타나서 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마누라 걱정 좀 안 하게 해달라고 빌었지.”

“결혼도 안 해본 놈이 무슨 마누라야. 혹시 나 몰래 결혼했냐?”

“내가? 결혼······ 안 했지. ······어라 나 어째서 눈물이?”

“미쳤냐?”


술잔을 건네며 김달수가 물었다.

“너는 소원 뭐 빌래?”

“나야 뭐. 가수 유아이랑 결혼하는 거지.”

“아직도 그 소원이냐. 한결같다, 진짜.”

“꿈도 못 꾸냐.”


이후로도 김달수와 최영식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계속 술을 마셨다.



***



한참이 지나 거나하게 취한 김달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졸았고, 최영식도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때 최영식 앞에 한쪽 팔이 없는 원숭이가 나타났다. 최영식은 술에 취한 눈으로 원숭이를 한참 바라보았다.


“······원숭이 님 반갑습니다. ······한잔 하시죠~”

최영식이 술에 취한 목소리로 술을 권하며 말했다.

- 술은 됐고, 소원을 말하거라.

원숭이가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아이, ······가수 유아이와 결혼하게 해주세요. ······으퓨프프프”

최영식은 술 취한 와중에도 자신의 소원을 잊지 않았다.


- 네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후 원숭이는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최영식은 쿵! 하고 쓰러졌다.


원숭이는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최영식은 쿵! 하고 쓰러졌다.



***



최영식은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술을 마신 기억이 났지만, 숙취는 없었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폈다. 누군가의 결혼식장이었고, 하객들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영식은 단상 아래에서 턱시도를 입은 채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간 인생이 한순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유아이에게 프러포즈를 한 사실도 생각났다. 하지만 자신이 진짜 그 인생을 살았는지는 실감 나지 않았다. 최영식의 눈동자는 하염없이 흔들렸다.


‘영식이 축하해. 그렇게 유아이 유아이 노래를 부르더니 칠순이 되어 겨우 초혼을 하는구먼.’

백발의 노인 김달수는 최영식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신부 입장!”

빠바바밤! 하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노년의 유아이가 한 발 한 발 자신의 생애 4번째 신부 행진을 시작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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