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아무도 모르는 다이어트 비법

오늘도 홍시진은 거울을 보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매우 뚱뚱한 여자가 서 있었다.

‘이상하다. 밥도 안 먹고 단백질 가루만 먹고, 운동만 하는데 왜 살이 찔까?”


과거가 그리웠다. 삐쩍 말랐었고, 친구들에게 살이 안 쪄서 고민이라는 망발을 수시로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살 빼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회사에 취업하고 나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자주 만나 맛있는 것을 먹었고,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야식과 맥주로 풀었다. 절친 김미영이 꾸준히 보내주는 기프티콘도 살찌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3달 전 홍시진은 위기를 느끼고, 누구보다 다이어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김미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미영은 평생 다이어트를 해왔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홍시진을 만난 김미영은 홍시진에게 단백질 다이어트를 제안했다.


“시진아, 미국에서 들어온 단백질이 있는데, 그게 최고래. 어때 구해줄까?”

“그래. 나 독하게 살 뺀다. 찾지 마라.”


이후 홍시진이 단백질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5kg이나 더 쪘다. 홍시진은 이제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홍시진은 대학교 시절 자신을 좋아했던 김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삼수는 한국대학교 식품공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잘 지내지? 삼수 너 지금 연구실에 있지?”

- 어 시진아. 반갑다. 오빠 보고 싶어서 전화했구나.

“그게 아니라, 혹시 건강식품 성분조사 좀 해 줄 수 있어?”

- 갑자기? ······그래. 니 부탁이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택배로 보내. 주소는 문자로 보낼게. 잘 지내지?

“바빠서 끊을게.”

- 야, 야······.

뚜뚜뚜뚜-


며칠 뒤 김삼수가 홍시진에게 전화를 했다.

- 난데. 저번에 부탁한 건강식품. 그거 지방가루 던 데. 지방가루에 유화제를 넣었어. 다량의 감미료도 들어갔고. 건강식품이 아니라 유해식품이다. 동물 사료 아니야?

“그래? ······고마워. 나중에 밥 살게. 끊어.”

- 야, 야······.

뚜뚜뚜뚜-


홍시진은 단백질이 아닌 지방가루를 추천한 김미영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매번 만나서 맛있는 거 먹자고 한 것, 홍시진이 좋아하는 야식 기프티콘 보낸 것, 지방덩어리를 추천한 것 모두 홍시진을 살찌우려는 김미영의 계략이었다.


분노한 홍시진은 예전부터 내려오는 가문의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거울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거울을 통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홍시진은 거울을 통해 김미영의 아파트로 향했다.


밤이 되어 김미영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거울을 보았다. 그때 홍시진이 갑자기 나타나 김미영을 거울 속으로 잡아당겼다. 갑자기 나타난 홍시진의 모습에 김미영은 무척 놀랐고 와악! 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김미영의 언니가 달려왔지만, 김미영은 사라졌고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



“시진아, 왜 그래, 여기 어디야 ······나 무서워.”

홍시진에 잡혀 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김미영이 몸을 떨었다.


“단백질이 아니고 지방 덩어리더라? 그리고 수시로 보내주던 기프티콘. 다 나 살찌라고 보낸 거지?”

“무슨 소리야. 나 무서워.”

“닥쳐 이년아.”

“······.”


“야 김미영, 너 미쳤어? 왜 나를 살찌게 하냐고오!”

“······멍청한 년, 이제 눈치 챘냐? ······너도 돼지 한번 돼보라고.”

“이런 미친!”

“······예전에 니가 그랬잖아. ······살 찌는 게 힘들다며. 살쪄보니까 어때? 살 빼기 힘들지 그치? 나는 그렇게 ······평생을 살았어. 마른 것들은 다 죽어야 해.”

“헐······.”

“그리고 우리 김삼수 왜케 무시해! 김삼수 무시하지 마! 얼마나 소중한 데······.”

“일단 맞자 이 미친년아!”


화가 난 홍시진이 소리치며 김미영의 머리채를 흔들었다. 두 사람은 싸우기 시작했다. 둘의 뚱뚱한 체격과 하찮은 실력이 서로 비슷하여 쉽사리 결판이 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증오로 하루 종일, 그 다음날, 그 다음날의 다음날까지 싸움은 이어졌다.


결국 두 사람은 지쳐 쓰러졌다. 기절을 했을까 아니면 잠이 든 것일까. 아무도 모르게 3일의 시간이 더 흘러갔다.


깨어난 홍시진과 김미영이 조금씩 정신을 차렸고, 이내 서로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두 사람의 눈이 크게 커졌다.


“미영아, 너 살이, 살이 많이 빠졌다?”

“시진이, 너도 ······ 많이 빠졌네.”


홍시진과 김미영은 거울 속 극한 싸움으로 초단기간 다이어트에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었다. 둘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고, 서로에 대한 증오심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 후 홍시진과 김미영은 주기적으로 거울 속에서 만나 격렬한 몸싸움을 했고,

죽을 때까지 늘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했다.



끝.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초단편> 어려움 난이도

<초단편> 진리

<초단편> 두 가지 소원